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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QR코드 결제 춘추전국시대
일본은 예전부터 뿌리 깊은 현금 선호 주의로 인해 전체 결제 수단 중 현금의 사용비율이 2020년 기준 70%에 육박하는 나라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에서도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캐시리스 붐(Cashless Boom)'이 일고 있다. 일본의 캐시리스 붐을 주도하고 있는 QR코드 결제시장에 대해 살펴보자.
< 목 차 >
1. 코로나19 이후 각광받고 있는 일본의 QR코드 결제시장
2. 일본의 QR코드 결제 도입 과정
3. 일본의 주요 QR코드 결제 서비스
4. QR코드 결제를 둘러싼 일본 기업의 박터지는 출혈 경쟁
5. 마무리
1. 코로나19 이후 각광받고 있는 일본의 QR코드 결제시장
일본의 캐시리스(비현금) 결제시장은 2016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약 30%로 2016년인 20%에 비해 약 10% p 증가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체 캐시리스 결제 수단 중 신용카드가 1위(61조 엔)를 차지하고 있으며, 2위 전자화폐(6조 엔), 3위 QR코드 결제(4조 2천 억 엔) 순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의 QR코드를 활용한 결제가 급격이 증가했는데, 2020년 QR코드 결제액은 약 4조 2천억 엔(한화 약 45조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대비해 약 4배나 증가했다.
QR코드 결제가 급격히 증가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2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코로나19로 위생문제가 대두되면서 비접촉 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일본의 대형 통신사와 IT 대기업에서 신용카드사에 비해 저렴한 가맹점 수수료를 내세워 QR코드 결제 시스템의 보급을 급격히 확대시킨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는 3~5%이며, 스이카와 파스모 같은 교통카드계 전자화폐의 가맹점 수수료도 약 3% 정도다. 이에 비해 QR코드 결제의 가맹점 수수료는 1~3% 미만으로 가맹점 입장에서는 금전적인 메리트가 크다.
특히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무료 또는 할인 캠페인을 펼친 덕분에 2019-2020년 1년 사이에 QR코드 결제를 도입하는 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 일본의 QR코드 결제 도입 과정
일본에서 QR코드를 활용한 결제가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놀라운 점은 QR코드의 기원지가 일본이라는 사실이다.
QR코드는 일본의 자동차 부품 기업 '덴소(DENSO)'(우리나라로 치면 '현대 모비스'같은 곳)에서 자동차 부품이 수주와 발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발명한 것이다. 2010년대 초에 QR코드 읽기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의 보급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널리 활용되게 됐다.
QR코드의 기원지는 일본이지만, QR코드를 활용한 결제를 널리 퍼뜨린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간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텐센트 그룹의 대화형 앱 위챗의 '위챗 페이'는 2010년대 초반부터 QR코드 결제를 도입해 현재 이용자만 10억 명이 넘는다.
뿌리 깊은 현금 선호 주의로 전자결제 시장의 발달이 늦었던 일본은 2010년대 후반부터 뒤늦게 QR코드를 활용한 간편 결제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QR코드 결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이후다.
네이버의 자회사이자 일본의 IT 대기업인 라인(LINE)이 메신저 LINE을 기반으로 2014년 '라인 페이(LINE PAY)' 서비스를 개시했고, 이어서 2016년 구글과 애플이 각각 일본 간편 결제 시장에 진입했다. 그 후 라쿠텐 그룹의 '라쿠텐 페이', 일본 통신사 au의 'au페이',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페이페이(PayPay)' 등 간편 페이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참고로 일본에서 QR코드를 활용해 현장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 QR코드 결제를 위한 사전 준비 >
1. 스마트폰에 전용 간편 결제 앱 다운로드 실행
2. 이용자의 개인정보(휴대전화 번호 및 이메일 주소 등) 입력
3. 금액 충전 방식 선택 (은행 계좌 등록, 신용카드 등록, ATM에서 현금 입금 등)
< QR코드 결제 방법 >
1. 계산대에서 내가 이용하는 QR코드 결제 서비스가 이용 가능한 지 확인한다.
(워낙 QR코드 결제 종류가 많다 보니 가게마다 대응하는 QR코드 결제 서비스가 상이하다.)
2. 결제하겠다는 사실을 알리고, QR코드 간편 결제 앱을 연다.
3. 스마트폰 화면에 QR코드를 띄운 다음, 점원에게 제시한다.
3. 일본의 주요 QR코드 결제 서비스
현재 일본에는 약 20여 종류가 넘는 QR코드 결제 서비스가 있으나, 주로 사용되는 QR코드 결제는 일본의 대형 통신사와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일본 최대의 통신사이자 인터넷 기업 소프트뱅크 그룹의 '페이페이(PayPay)'를 비롯해 일본 최대 쇼핑몰 라쿠텐 그룹의 '라쿠텐 페이', 메신저 앱 'LINE'의 라인 페이 등 일본의 주요 QR코드 결제 서비스에 대해 살펴보자.
< 일본의 주요 QR코드 결제 서비스 및 특징 >
< 일본의 주요 QR코드 결제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 (%) >
우선 현재 일본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QR코드 결제 서비스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페이페이(PayPay)다. Paypay는 2018년 10월 경쟁사보다 뒤늦게 QR 코드 결제시장에 참가했으나, 중소규모의 점포를 대상으로 '2021년 9월까지 3년 간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선보이며 빠른 속도로 가맹점수를 확대해왔다. 뿐만 아니라 PayPay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후한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며 전체 QR코드 결제 거래량에서 PayPay가 무려 70%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역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님 다운 과격한 행보다.)
최근에는 일본 국민 메신저 앱 LINE 기반의 결제 서비스 'LINE Pay'와 서비스 통합을 발표했다. 4,100만 이용객을 보유한 PayPay와 4,000만 이용객을 보유한 LINE PAY가 통합하면 8,000만 명이 넘는 압도적인 유저를 보유하게 되므로 간편 결제 시장에서 1위의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뒤를 이어서 일본 1위 전자상거래 '라쿠텐 시장'을 운영하는 라쿠텐 그룹이 만든 '라쿠텐 페이'가 있다. 라쿠텐 페이는 약 5,0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라쿠텐 페이의 최대의 강점은 라쿠텐 시장을 비롯한 라쿠텐 그룹의 서비스(은행, 신용카드 등)와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라쿠텐 페이의 경우, 특이하게 가상화폐를 통해 이용금액을 충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외에 일본의 대형 통신사 NTT Docomo와 KDDI도 휴대전화 가입 고객 수를 무기로 독자적인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만들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QR코드 결제를 둘러싼 일본 대기업의 가맹점 쟁탈을 위한 경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4. QR코드 결제를 둘러싼 일본 기업의 박터지는 출혈 경쟁
지난 8월 하순, PayPay가 약속대로 2021년 9월에 3년 간의 수수료 무료 혜택 종료를 발표했다. 2021년 10월부터는 가맹점으로부터 취득하는 결제 수수료 전면 유료화를 선언했다. PayPay에서 발표한 수수료는 1.6%로 여전히 업계 최저 수준이다. Paypay의 수수료 유료화 소식을 접한 경쟁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괄적으로 수수료 무료 캠페인을 시행하거나 기존의 무료 캠페인 기한 연장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통신사 KDDI는 au Pay 가맹점으로부터 취득하는 결제 수수료 무료기간을 10월부터 1년 더 연장했다. au Pay의 중소규모 가맹점 대상 결제 수수료는 2.6%였으나, 9월 말까지 수수료 무료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던 참이다.
일본 1위 NTT Docomo도 덩달아서 신규 가맹점을 대상으로 최장 13개월 수수료 무료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라쿠텐 페이도 연 매출 10억 엔 이하의 중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1년간 수수료 무료 캠페인을 시행한다.
일본 기업의 수수료 무료 캠페인의 의도
수수료를 무료화하면 각 기업의 재무 상황에 큰 타격을 끼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수수료 출혈 경쟁으로 경영난에 빠졌던 독립계 QR코드 결제 스타트업 Origami는 2020년 일본 메루 페이에 인수됐다. 간편 결제 스타트업 Pring도 지난 7월 미국 구글에 인수됐다.
수수료 무료 캠페인과 포인트 환원 경쟁이 지속될수록 타격을 입는 건 결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쪽이다. 실제로 PayPay의 2021년 3월 영업손익은 700억 엔(한화 약 7,5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어마 무시한 영업 적자를 감당해서라도 무리하게 수수료 무료 캠페인을 계속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속한 업종의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일본 최대 휴대전화 통신사, 그리고 일본 최대 전자 상거래 플랫폼과 웹서비스를 운영하는 일본 IT 대기업이다. 즉, QR코드 결제 서비스 제공이 본업이 아니라, 원래 본업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PayPay를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의 온라인 쇼핑몰 '야후 옥션'이나 'ZOZO TOWN'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사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라쿠텐 페이는 일본 1위 전자상거래 사이트 '라쿠텐 시장'은 물론, 라쿠텐 그룹의 은행이나 신용카드 등에서 호환해서 사용할 수 있게끔 포인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사 서비스 이용 고객으로 전환을 유도한다.
일본의 통신사 NTT docomo와 KDDI도 자사 QR페이 결제 서비스를 매개체로 하여 자연스럽게 자사 통신사 휴대전화 계약 체결로 이어지게끔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정리하면 각 기업이 수수료 무료 이벤트나 포인트 환원 정책에 무리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고객을 끌어올려는 목적은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매개체로 하여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다.
5. 마무리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일본의 QR코드 결제 시장은 지금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다. 일본의 간편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일본 대기업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미국의 페이팔과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까지 일본 간편 결제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일본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사이의 경쟁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혼동의 카오스다..)
'일본 간편 결제 시장'이라는 배틀 그라운드에서 쟁쟁한 전사들(심지어 일본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IT 통신 기업들)이 벌이는 박터지는 출혈 경쟁 속에서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을 것인가. 앞으로의 행보가 굉장히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소프트뱅크 그룹과 네이버의 주주로서, PayPay X LINE PAY의 선전을 적극 응원한다.)
참고 자료 출처 : 일본 경제신문, 일본 경제산업성, 캐시리스 추진협의회 자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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